◆ 일본 최악의 대지진 ◆
1995년 1월 17일 고베를 중심으로 발생한 한신 대지진은 지난 11일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이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참고서'다. 규모 7.2였던 한신 대지진의 경제적 손실은 당시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5%인 14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됐다.
이번 대지진은 한신 대지진처럼 도심을 강타하진 않았지만 피해 지역이 더 넓고 원자력 발전시설 등 인프라스트럭처 파괴로 인해 피해가 비슷하거나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 크레디트스위스(CS)는 14일 이번 지진 피해 규모를 한신 대지진과 비슷한 14조~15조엔 정도로 추정했다.
물론 현재까지 피해만을 고려한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피해액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난관리회사 에어월드와이드는 이번 지진 피해가 큰 4개현의 보험 가입 재산을 분석해 피해액이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피해는 컸지만 한신 대지진은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일본 경제에도 장기적인 충격파를 던지진 않았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투입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연간 성장률 1.9%(1994년 0.9%)를 달성할 수 있었다. 비록 그해 재정수지는 GDP 대비 4.8% 적자를 냈고 국가채무 비율도 1994년 58%에서 1995년 62%로 악화됐지만 버틸 만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 GDP 성장률을 1.6%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성장률이 1% 아래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모두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일본 정부의 재정 상태는 당시보다 훨씬 나쁘다. 일본 국가채무는 GDP 대비 200%를 상회하고 있고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9.4%에 달했다. 따라서 이번 지진 피해 수습을 위해선 통화량 확대나 국채발행 확대라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말을 넘긴 뒤 증권ㆍ금융시장 흐름도 한신 대지진 때와 흡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신 대지진 당시 닛케이지수는 4일 동안 7.5% 급락했다. 14일 닛케이지수는 하루에만 6.18% 떨어졌다.
엔화는 한신 대지진 이후 3개월 만에 달러 대비 22.9%나 절상됐다. 물론 당시 엔화 강세는 미국 금리인상, 멕시코 페소화 위기 등과 맞물려 발생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엔저 현상이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유가 영향 역시 제한적이다. 특히 1995년에는 일본의 원유 수요가 전 세계 수요의 8%에 달했으나 지금은 5%로 낮아진 상태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진은 오히려 국제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본은 비축유 없이 전량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단기적으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금리는 하락 기조를 보였으나 이는 지진보다는 당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있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약세를 나타낸 측면이 더 크다. 이번에는 금리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제에도 단기 변동성을 높이긴 하겠지만 한신 대지진과 마찬가지로 중장기적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세계 경제 3위국이지만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기여도는 0.2%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며 "올해 세계 경제가 4% 중반 성장하는 데 큰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내수시장의 세계시장 비중은 1995년 15%에서 현재 9%대로 낮아졌고, 세계교역량 비중 역시 4% 미만이라는 설명이다.
[신헌철 기자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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