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미현 씨는 지난해 10월 수도권 소재 감정가 2억3000만원의 84㎡형 아파트 1순위 근저당권 1억2000만원짜리 부실채권(NPL)을 사들였다.
자산유동화전문회사(AMC)에 1순위 근저당권 가격보다 3000만원 싼 9000만원만 지불하고 NPL을 매입한 것이다. 이 아파트는 3개월 후인 지난 1월 경매에서 제3자에게 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김씨는 바로 이 아파트의 근저당권에 해당하는 1억2000만원을 배당받았다. 4개월 만에 3000만원(33%)의 투자 수익을 챙긴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 쇼크처럼 대형 위기 이후에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금융권 부실채권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떨어지는 집값,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예금금리, 불확실한 증시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틈새 시장인 NPL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돈 냄새에 민감한 강남 큰손들 역시 이 시장에서도 주력부대이지만 최근엔 주부 직장인 등 일반인까지 속속 가세하고 있다.
NPL 투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출 고객 담보부동산에 설정해 놓은 `근저당권`을 투자자가 시가보다 싼값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외환위기 후 국내시장에서 뜸했던 부실채권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 2009년 이후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과 담보대출, 개인신용대출 등을 포함해 지난해 은행권에서만 12조원가량 부실채권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물건도 꽤 있다.
■<용어설명>
부실채권(NPLㆍNon Performing Loan) :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무수익 여신. 흔히 `부실채권`이라고 부른다. 금융회사 등이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싼값에 경매로 내놓는 게 바로 NPL채권이다.
[최승진 기자 / 정동욱 기자]
불황기에 뜨는 금융권 부실채권(NPL) 투자
◆ 근저당권 매입후 경매…건당 수천만원 수익
◆ 실투자금 경매보다 적고 양도세 절감 유리
◆ 큰손들은 美부동산시장 버스투어 나서기도
직장인 조규진 씨(가명ㆍ42)는 지난해 6월 감정가 5억원짜리 상가(현 시세 4억5000만원)에 설정된 채권 최고액 4억7000만원짜리(원금 3억6150만원) 1순위 근저당권을 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애초 조씨는 배당수익을 노렸지만 경매가 2회 유찰되며 최저가가 3억4000만원까지 떨어지자 이 상가를 4억1000만원에 직접 낙찰받았다.
낙찰대금과 근저당권을 상계처리한 조씨는 4억1000만원에 이 상가를 되팔았다. 조씨가 거둔 수익은 6000만원에 달하지만 낙찰 당시 취득가액이 4억1000만원이어서 조씨는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거리에서 한 버스가 한국인 30여 명을 태웠다.
이 버스는 잠시 후 평범한 한 주택 앞에 멈춰섰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이 집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얼핏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거액 자산가들로 한 한인부동산업체가 미국 내 부실채권 매물을 소개하기 위해 연 `버스투어`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행사 기획자는 "하루 만에 참석 희망자를 다 채웠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서울ㆍ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담보부 부실채권(NPL) 투자가 틈새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담보부 NPL 투자란 자산관리회사에서 1~2순위 근저당권을 매입해 경매에 부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은 경매가 진행 중인 동안에 곧바로 대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좋고, 개인은 예상 경매 낙찰가보다 낮은 가격에 근저당권을 매입할 수 있으므로 서로 윈윈하는 투자다.
NPL 투자의 최대 장점은 `절세 효과`다. 조씨 사례처럼 양도소득세 부담이 없다. 물론 취득가액의 0.5%에 해당하는 취득세는 내야 하지만 1년 미만 보유 시 양도 차익의 50%를 부과하는 양도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근저당권을 활용하면 채권 원금의 50% 선까지 대출이 가능해 실투자금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대출은 매도 이후 갚거나 취득한 부동산을 담보로 또 대출을 받아 갚을 수 있다. 배당금을 받을 때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법원은 배당금과 채권 매입가 사이 차익은 비과세 대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NPL 전문가인 이영준 법무법인 덕양 자산관리팀장은 "경매시장보다 가장 큰 이점은 절세 효과"라며 "취득가가 높아질 경우 이에 따른 대출 가능 금액도 높아지므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좋은 물건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권리관계가 깨끗해 돈을 떼일 염려가 전혀 없는 NPL 매물은 비싼 값에 팔려 시장 형성 초기의 수익률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김창학 지지옥션자산운용 고문은 "명도(집 비우기)나 임차인 권리관계가 풀리지 않는 것이 많아 깨끗한 물건이 흔치 않다"면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실사와 함께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잇따라 NPL시장에 참여하면서 거액 자산가들은 한국 시장이 아닌 국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 부동산 NPL은 한국보다 가격이 더 떨어져 차익이 많고 직접 낙찰 시에는 자녀 유학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권리관계가 너무 복잡해 풀리지 않는 경매물건은 시가의 30~40%에 나오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전문가들과 함께 `경매펀드`를 만들어 인수하기도 한다. 전문가에게 운용수수료를 줘 권리관계를 풀도록 하고 고수익을 올리자는 것이다.
부동산 경매펀드 관계자는 "어지간한 경매 지식으론 권리관계를 풀 수 없는 물건이 있는데 경매 전문가들이 문제를 해결하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모아 물건을 인수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간 수익률이 20% 정도로 병원장, 변호사 등 소수 거액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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