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처음으로 증권대차를 실시했다. 한은은 15일 국민연금에서 7조원 규모 국채를 차입해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번 증권대차는 금융기관의 단기 잉여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동성 조절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채권대차 시장과 RP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민연금기금에서 7조원 규모 국채를 빌리는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를 담보로 구성한 RP 담보증권을 증권사 등 26개 RP 매매 대상기관에 매각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RP 대상기관이 보유한 자금이 한은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잉여 유동성은 줄어들게 된다. 한은이 국민연금기금에서 차입한 7조원은 10조~15조원 규모 RP 시장(7일물)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액수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껏 한은이 RP를 매각할 때는 한은이 보유한 국채만을 담보로 구성했다. 하지만 유동성 흡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았고 타 기관이 보유한 국채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이에 따라 한은법이 개정돼 작년 12월 17일부터 증권대차가 가능해진 상태였다.
한은이 증권대차를 활용해 유동성 흡수에 나선 배경에는 유동성 증가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광의통화(M2)는 지난 1월 176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통화증가율은 작년 6월 3%까지 둔화세를 보였지만 9월 4.2%, 10월 4.6%, 12월 5.2%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재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 둔화를 막겠다고 나선 것도 유동성 증가 원인이 되고 있다.
재정부는 이날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1분기 재정 집행률 계획을 30%에서 32%로 높였다.
올해 집행관리대상 재정규모가 276조8000억원인 만큼 1분기에 풀리는 예산이 88조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5조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추가 채권 발행이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크라우딩 아웃 이펙트(crowding out effect)`를 피하겠다는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국고채나 통안채 발행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시장에서는 채권 공급 과잉이 벌어진다. 이때 상대적으로 덜 우량한 일반기업의 회사채는 수요처를 찾기 힘들어 회사채 발행 금리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업은 자금 조달에 타격을 받는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2009년 하반기부터 3년만기짜리 국고채를 많이 발행했다"면서 "오는 상반기 만기가 도래해 차환 발행 물량을 늘려야 하므로 한은도 추가 발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만기가 끝나는 하반기부터는 이런 부담은 점차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국고채와 통안채는 2009년 발행물량이 가장 많았다. 당시 재정부는 국고채 85조원, 한은은 통안채 375조원을 각각 발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3월 재정 조기집행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증권대차 : 증권ㆍ채권 보유자가 소유권을 차입자에게 일정 기간 양도하는 대신 차입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약정 기한이 끝나면 소유권을 돌려받는 거래다. 차입자는 이를 환매조건부증권(RP) 매각에 활용할 수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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