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환율전쟁 이야기다. 환율전쟁 논란은 화폐를 매개로 한 교역이 시작된 이래 항상 있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세 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QE) 정책을 시도하고 일본 아베 정권 또한 이를 통한 자국 경기 부양을 공언하면서 다시 화두가 되었다. 이 와중에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프랑스가 `차제에 유로존도 좀 더 유연한 통화정책 수단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전 세계가 환율전쟁 소용돌이에 휩싸인 형국이다.
왜 전쟁인가. 한 나라 경제 성장은 그 나라가 생산해낸 재화와 용역이 누군가에 의해 소비되었을 때 현실화한다. 생산해낸 게 소비되지 않아 재고가 쌓이면 그게 곧 경기 침체요, 불황이다. 이때 국가는 정부 지출을 늘리거나 이자율 인하, 통화량 증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할 수 있는데, 여기서 환율전쟁에 대한 염려가 생겨난다.
한 나라가 통화를 증발하면 그 통화의 대외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이 감소되고 수출이 증가해 그 나라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경기 부양 효과는 교역상대국의 손해를 담보하는 제로섬 게임이다. 예를 들어 1930년대 금본위제를 이탈한 국가 간 경쟁적 통화 증발은 대공황을 부르는 단초가 됐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교역상대국들이 궁핍해졌다고 비난한다.
양적 완화 정책과 환율전쟁은 과연 비난과 회피 대상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양적 완화 정책과 환율전쟁은 동의어가 아니다. 환율전쟁은 지양해야 하되 모든 양적 완화 정책이 곧 비난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1차 목적은 국내 실질금리를 낮춤으로써 국내 소비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통화량 증가와 실질금리 하락이 해당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여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여기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양적 완화 정책이 촉진한 소비와 투자 증가는 곧 그 나라의 생산과 소득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곧 2차적인 수입 증가로 이어져 교역상대국의 생산과 소비 증가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 거시경제학의 기본 가르침이다. 실제로 1930년대에 금본위제를 이탈했던 나라들보다 금본위제를 유지했던 나라들 수입 감소 규모가 더 컸다는 실증연구가 있고, 또한 최근 IMF 연구논문은 미국의 1차 양적 완화 정책은 교역상대국 소득을 0.3% 증가시켰다고 보고하고 있다.
물론 이 선순환 효과에 전제조건은 붙는다. 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나라가 대내적으로 유효 수요가 부족하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없는 상태여야 소비와 투자 증대가 소득과 생산 증대로 이어지고 중장기적인 수입 증가까지 이어진다. 현재 환율전쟁 진원지로 지적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처해 있는 현실에 딱 부합하는 조건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브라질이나 중국이 미국과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을 비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당연한 귀결이 된다.
최근 IMF 의장과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환율전쟁 위험은 과장되어 있으며 경쟁적 환율 조정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발표하였고, 지난주 연이어 열렸던 G7 회의와 G20 회의는 `재정ㆍ통화정책은 오로지 대내 정책목표를 위한 수단으로만 쓰일 것이며 환율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15일 G20 회의에서 `국내 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은 용인될 수 있다`고 천명했지만 동시에 `환율 조정을 위한 통화정책은 용인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고 있다. 환율전쟁의 피해의식에서 자유로워지기만 하면 너무도 당연하게 공감이 가는 결론들이다.
환율전쟁이 목표가 아닌 한 양적 완화 정책은 세계 경제에 재앙이 아니라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신중한 운용을 조건으로 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조승규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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