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통화 안정 방안을 논의해 오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가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한 후에야 다시 움직여 2010년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 한국 16%,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이 20%를 출자하여 1200억달러의 통화안정기금을 설치하였고, 2012년 2400억달러로 증액되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였으나 한·중·일 3국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앞장서서 인식을 전환하여 분쟁의 당사자에서 대승적 중재자로 변신하여 동아시아 통합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영토권과 분리하여 공동 관리하도록 'EEZ 공동개발기구(ECDC)'를 설립하여 이익을 공유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오늘날 아시아 국가들은 저마다 국제 투기 자본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7조달러 이상의 외화를 보유함으로써 엄청난 재원을 사장(死藏)시키고 있다. AMF가 설립되면 지금 외화보유고의 3분의 1만으로도 외환 투기 세력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고, 그동안 일부 선진국과 국제 투기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던 IMF를 공정하게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에 발효된 EEZ는 하나의 기점만 확보하면 반경 200해리의 해역(43만㎢)을 경제 영토로 편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에 없이 영토 분쟁도 심해졌다. 각국은 저마다 EEZ의 개발 이익을 독점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정작 그 실익은 매장 자원의 종류와 수심, 채굴 기술에 따라 경제성의 편차가 크다. 예를 들어 수심 2000m에서 채취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수심 100m에서 채굴하는 원유에 비하여 경제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자가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메탄 유출이 걷잡을 수 없는 생태계의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EEZ의 개발 실익은 작고 불확실한 반면에 이로 인한 충돌은 크고 확실한 무역 이익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고 급증하는 군비 경쟁으로 엄청난 재원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EZ로 야기된 영토 분쟁은 구원(舊怨)과 버무려져서 정치 세력을 확장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만약 이 갈등이 무력 분쟁으로 확대된다면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일부 세력만 국내 권력을 얻게 될 것이다.
생명의 역사는 무한 투쟁과 약육강식의 역사였다. 이 과정에서 모든 생명체에게는 원수를 잊지 않는 본능이 DNA에 각인되었지만 인지(人智)가 발달하고 인간 집단이 점점 커짐에 따라 원수를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앙갚음은 더 큰 재앙만 일으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동아시아가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한은 돌에 새기는 데서 야기된 무한 투쟁의 악순환을 탈피하여 미래의 공영 관계를 만들어가도록 한국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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