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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31, 2014

[조선일보]월가가 한국 국민연금에 군침 흘리고 있는 이유는...

월스트리트에는 전 세계에서 돈이 몰려든다. 이 중 가장 환영받는 자본이 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노르웨이 국민연금 중 상당 부분이 펀드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어느 나라 국부펀드보다 투명하게 운영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웹사이트에서 국부펀드 관련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필자가 확인한 지난 5월 11일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5조1110억2387만4634노르웨이크로네(약 88조4003억원)다. 이 규모는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민 누구나 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 인구가 509만명이니, 국부펀드는 국민 한 사람에게 한국 돈 약 1억7000만원씩 돌아가는 셈이다. 연금을 받을 자격이 아직 안 되는 이들을 빼고 실제 연금을 받는 사람만 계산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몫이 돌아간다. 노르웨이 국민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자산이다. 2014년 4월 기준,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 세계 국부펀드 2위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부펀드보다 더 큰 규모로 1위에 올라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금 당장의 연금을 주기 위해 운영되는 게 아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태가 벌어졌을 때를 대비한 저축이다. 바로 이 점에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은 물론 미국 등 다른 여러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부펀드들과 다르다. 많은 사람이 '노르웨이 국부펀드=노르웨이 연금펀드'로 알고 있다. 이는 반만 맞는 말이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는 크게 두 가지로 운영된다. 'GPFG(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와 'GPFN(Government Pension Fund Norway)'이다.

1969년 북해에서 석유를 발견하기 전만 해도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에 낀 가난한 국가였다. 석유의 발견은 노르웨이를 다르게 만들었다. 노르웨이는 다른 석유 부국들과 달리 일찍부터 석유를 고갈될 자산으로 분류했다.

석유로 생긴 국부 역시 석유가격에 따라 언제든 크게 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국가 재정과 국부 유지를 위해 1996년 5월 만든 국부펀드가 GPFG다. 반면 1967년 시작된 GPFN은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장제도와 사회안전망을 위해 쓰이는 국부펀드다.

노르웨이의 두 국부펀드 모두 부자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펀드의 투자 스타일과 투자 전략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사회보장제도에 쓰이는 GPFN은 자산의 85%를 노르웨이 내의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를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북유럽 국가에 투자하게끔 법으로 정해 놓았다. GPFN 규모는 GPFG의 15~20% 정도다. GPFN보다 덩치가 큰 GPFG는 노르웨이 내에서는 투자하지 못하게끔 규제를 받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제규모상, 엄청난 규모의 GPFG가 자국에 투자해 원하는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는 게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전 세계 많은 국부펀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자국에 투자했을 때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GPFG는 주식 60%, 채권 40%이라는 아주 단순한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 최근엔 40%이던 채권 투자 규모를 35%쯤으로 낮추고, 나머지 5%를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현재 약 1%쯤을 부동산에 투자 중이다.

이같이 단순한 투자 방법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데는 중요한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GPFG도 정보가 부족하고 신뢰도가 높지 못한 신흥시장에 투자한다. 하지만 신흥시장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가 시장에 빨리 반영되는 효율적인 시장에만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한 예가 한국 시장이다.

또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주식 시장에 '리스크 프리미엄(위험에 따른 수익)'이 반드시 있다는 점을 바탕에 두고 주식 투자를 한다. 쉽게 말하면 '주식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수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 이유 때문에 GPFG는 총 자산의 60%를 전 세계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대표하는 GPFG의 투자를 보면 선진국 시장의 인덱스펀드를 잔뜩 사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형상 소극적인 주식 투자를 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GPFG는 비교적 적극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다른 나라 국부펀드들보다 현명하게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GPFG는 자산의 약 40%를 주식에 투자하며 23%의 손실을 봐야 했다. 하지만 2009년 주식 투자 비율을 60%로 높이면서 수익을 26%까지 끌어올렸다. 소극적인 투자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적극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2008년의 손실을 단 1년 만에 만회했다.

GPFG와 GPFN은 지난해 약 16%의 수익을 올렸다. 이 수익률을 2013년 미국 주식 시장 성장률과 비교하면 그다지 놀랄 만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이 같은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노르웨이투자청(NBIM)'이 운용한다. 한국으로 치면 '한국투자공사(KIC)' 같은 곳이다. 노르웨이 투자청은 전 세계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투자자들 역시 전 세계에서 모여들었다. 28개 국적을 가진 370명의 직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한국 연기금은 어떨까. 올해 2월 국민연금의 최광 이사장이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4000억달러에 달하는 국민연금 중 헤지펀드와 해외 투자를 5년 내에 전체 투자의 3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작은 연못에 있는 큰 고래"라고 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코스피의 약 7%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많은 부분이 삼성전자다. 때문에 국민연금 역시 투자 다변화와 더 좋은 투자를 위해 다른 국가들을 찾아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대해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특히 헤지펀드까지 투자 계획을 늘리게 되면 4000억달러에 달하는 국민연금과 한국 사업에 세계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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