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한국 핀테크업체가 처음으로 나왔다. 국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코리안 핀테크` 유치에 나선 룩셈부르크 정부 구애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물론 중국, 아랍에미리트, 네덜란드, 싱가포르, 동남아 소국 브루나이까지 한국 핀테크 기업 유치에 뛰어들고 있어 한국 핀테크 기업이 대거 해외로 나가는 `엑소더스` 상황이 닥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보안기업 KTB솔루션은 최근 룩셈부르크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현지 정부와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KTB솔루션은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서명한 필기 속도와 패턴을 통해 본인 여부를 가리는 `스마트 사인` 기술을 가진 업체다. 지문이나 홍채 인식과 달리 생체 일부가 노출되지 않아 사용자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
KTB솔루션은 지난 5월 룩셈부르크 정부 초청으로 현지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피에르 그라메나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이 직접 나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면 각종 혜택을 주겠다고 구애작전을 펼쳤다.
김태봉 KTB솔루션 대표는 "유럽 은행을 상대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 있어 룩셈부르크를 거점으로 사업을 펼치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정부가 내건 혜택은 뿌리치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이었다. 정착자금 명목으로 100만유로(12억6300만원)를 무상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60만유로가량을 초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혜택도 내걸었다.
재무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사업을 밀어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진행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 즉시 공무원이 달려와 해결 방법을 함께 논의한다"며 "한국에서보다 훨씬 사업하기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KTB솔루션은 연내 직원 2~3명을 룩셈부르크에 파견해 법인 설립 절차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현지 주재원 자녀는 대학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손쉽게 현지 영주권을 딸 수 있는 길도 열어놓기로 했다.
소식을 들은 다수의 핀테크 기업이 룩셈부르크 진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핀테크 허브`로 도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만 글로벌 은행 148개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인구의 11%인 4만5000명이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데 그중 1만명이 핀테크 업무를 한다. 아마존 페이먼트, 페이팔, 알리페이 등 다수의 핀테크업체가 룩셈부르크에 지사를 튼 이유다.
이 업체는 최근 브루나이 정부에서 "최대 4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으니 브루나이에 법인을 열자"는 제안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핀테크업체 대표는 "한국 금융당국은 `사업을 같이 성공시켜 보자`는 적극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생색내기로 규제 몇 개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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