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구름 짙어지는 세계 경제 ◆
세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기구와 중앙은행 수장들이 다양한 해법을 긴급히 제시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타깃`은 역시 유럽이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 방향을 인플레이션 억제보다 경기 부양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유로존의 중기 인플레이션 위험도를 다시 검토할 의사를 표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 성장세가 악화되는 가운데 금리 전략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해 들어 두 차례 금리를 올렸던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유로존의 급격한 성장률 둔화와 유럽 국가부채 위기로 촉발된 주식시장 급락을 언급하며 "트리셰 총재 발언이 다음달부터 ECB 통화정책 방향이 상당히 신중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 위험에 바짝 다가선 상황에서 ECB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방침을 견지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통화정책 변경은 급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트리셰 총재는 "여전히 유로존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고, 향후 몇 달간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을 중단할 뿐 금리 인하까지 고려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29일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IMF 보고서는 ECB에 대해 "성장률이 떨어지는 동시에 물가 상승세도 둔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완화된 통화정책이 필요하고 과도한 유동성 위축을 막기 위해 국채시장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지난 27일 잭슨홀 미팅에서 ECB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라고 주문했다.
IMF는 잭슨홀 미팅에서 유럽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유럽권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상각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스 국채에 대해 엄격한 상각률을 적용하면 자산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염려를 제기한 것이다.
그리스가 올해 들어 추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유럽 금융권은 그리스 국채 가치 급락으로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들 금융회사는 적게는 20%, 많게는 50% 상각비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통화당국과 정부에 대한 고언도 이어졌다. IMF는 "성장률이 둔해지고 있는 만큼 미국 연준과 ECB도 경기 부양을 위해 새로운 비전통적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미국 행정부에 대해 비전통적인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것은 통화정책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보다 능동적인 주택정책이 주택건설 활동을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택부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대부분 경기 침체를 회복하는 데 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수출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3대 교역 파트너인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둔화 가능성 때문에 올해 중국 성장률은 8%대로 낮아지는 분위기다. JP모건에 따르면 내년에도 경기 위축 분위기가 이어져 중국 경제성장률은 8.5%로 더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수출은 지난 1분기에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0.43%포인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분기에는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0.1%포인트 마이너스 효과를 냈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도이체방크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1%에서 8.9%로 내렸다. 상반기 중국 성장률이 9.6%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8.2% 성장에 그친다는 예측인 셈. 내년 성장률도 8.6%에서 8.3%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8일에는 모건스탠리가 올해 중국 성장률을 9%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성장률을 9%에서 8.7%로 낮추는 등 미국ㆍ유럽 경기 부진이 중국 경제에 미칠 여파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 = 장종회 /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정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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